다음은 '웨스 앤더슨 - 아이코닉 필름 메이커, 그의 영화와 삶'이 출처.


그는 능숙한 연출로 다른 시대에 존재하던 아름다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계단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그리고 이 건물의 이름은 곧 앤더슨의 대표작이 된다.

앤더슨은 1932년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곳에서 살아가는 근엄한 컨시어지의 삶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가 됐다.

앤더슨은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을 한 페이지 읽고는 무척 마음에 들어서 그 책을 샀다. 그게 시작이었다. 앤더슨은 오래 지나지 않아 츠바이크의 또 다른 소설 『우체국 아가씨』를 읽었다.

한 시골 마을의 우체국에서 매일 지루하게 일하던 크리스티네가 어느 날 오래전 미국으로 떠난 이모의 초대를 받아 스위스의 고급 호텔을 방문하게 되고, 화려한 사교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앤더슨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무엇보다 소설의 바깥에 존재하는 화자가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이었다.

앤더슨은 지평선 너머 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면서 서서히 사라져간 구세계의 세련된 문화를 구현하고 싶었다. 일대 소동을 벌이면서 큰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 속 캐릭터들에게 드리운 우울의 그림자는 밀려오는 폭풍의 전조였다.

유럽은 앤더슨에게 여러모로 큰 영향을 줬다. 앤더슨은 지난 20년 동안 유럽으로 숱한 기차 여행을 다니며 그곳을 더 잘 알게 됐다. 물론 그의 영화 속 유럽은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된 유럽과 더 비슷하다고 감독 스스로 인정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유럽은 마치 스노볼에 담긴 풍경 같다. 앤더슨은 그곳을 배경으로 현실과 허구를 뒤섞은 장면들을 그려냈다. 산 위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며 벌이는 추격전, 증기 기관차에서의 소동, 미술관에서의 살인 사건, 탈옥 소동 등 겨울에 갇힌 호텔의 외부 세계는 폭력이 난무한다.

작센에 있는 소도시 괴를리츠는 그림 같은 배경과 고풍스러운 느낌을 제공했지만, 파시즘의 부상에 굴복하고 만 지방 유럽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다.

앤더슨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땀이 송골송골 돋아나는 것처럼 영화에는 홀로코스트를 암시하는 기운이 서서히 스며 나온다.

영화의 촬영은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됐고 두 달 동안 출연진 전원이 괴를리츠의 한 호텔에 투숙했다. "제가 이탈리아에서 알게 된 요리사가 요리를 해줬습니다. 우리는 촬영 기간에 밤마다 함께 저녁을 먹었죠." 앤더슨이 말했다. "거의 매일 밤 시끌벅적한 만찬 파티가 열렸습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2014년 2월 6일에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보다 더 적절한 곳이 또 어디 있었을까?

이 영화를 대단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코믹한 분위기와 그 기저에 깔린 어두움의 뚜렷한 대비와 충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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