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이 곧 다가온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춘분 지나고까지'(송태욱 역) 중 점술가와의 대화로부터. “자기 것 같기도 하고 또 남의 것 같기도 한,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한,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한 물건”은 지팡이인데, 해설에서 정혜윤은 이 지팡이를 헤르메스의 지팡이에 빗대고 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 by Eliot Lash






"이제 해주실 말씀은 더 없습니까?" "글쎄요, 가까운 시일 내에 사소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재난인가요?" "재난까지는 아니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일을 그르치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한번 그르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입니다."

"대체 어떤 성격의 일입니까?" "그건 일어나기 전에는 모릅니다. 하지만 도난이나 수난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일을 그르치지 않게 어떤 궁리를 해야 좋을지 그것도 알 수 없겠네요?"
- P102

"모를 것도 없습니다만, 만약 원하시면 다시 한번 점을 쳐드릴까요?" "그럼 부탁합니다."

"대충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어떻게 하다니요, 점은 음양의 이치로 큰 형태만 보는 거라 실제로 각자가 그런 경우에 처했을 때 그 큰 형태에 맞춰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만, 뭐 이렇습니다. 당신은 자기 것 같기도 하고 또 남의 것 같기도 한, 긴 것 같기도 하고 짧은 것 같기도 한, 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한 물건을 갖고 있으니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그것을 잊지 않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면 잘될 겁니다."
- P103

뱀 지팡이는 여행길의 수호신인 헤르메스의 지팡이(물론 차이는 있다.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두 마리 뱀이 칭칭 감긴 모양이므로)를 연상시킨다.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우리 눈에 대립물로 보이는 모든 쌍들, 이를테면 남성과 여성, 죽음과 탄생, 끝과 시작, 선과 악, 빛과 어둠이 사실은 대극의 합일을 통해서 세상과 보다 더 나은 자신을 만드는 힘이라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 해설_ 당신의 눈이 빛을 찾고 있다면 어둠을 포용해야 한다 | 정혜윤(CBS 라디오 프로듀서)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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