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는 처음입니다만'(장성란)은 2018년 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취재한 영화 저널리스트의 책이다. 전자책으로 외출 시에 부담 없이 신속히 읽었다. 베를린의 카페 젤라토, 기억해둔다! https://caffe-e-gelato.de/en/


'트랜짓' 2차 세계대전 시기, 그리고 현재로 이어지는 난민 문제를 다룬 작품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95705

저자 장성란: 영화 전문지 <필름 2.0> <스크린> <무비위크> <매거진 M> 기자로 일했다. 현재 영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라디오 ‘SBS 파워 FM‘의 <박선영의 씨네타운>에 ‘배우는 역시 배우다‘ 코너를 맡고 있다.

세 영화 중 가장 기대한 건 단연 <Eva>였다. 영국 작가 제임스 하들리 체이스(1906~1985)가 1945년에 발표한 소설 <이브(Eve)>가 원작이다. 이 소설은 이미 1962년, 프랑스의 전설적 배우 잔느 모로(1928~2017)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다. 거짓으로 유명세를 얻은 남자가 불가사의한 여자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라니, 거기다 그 여자를 연기하는 이가 치명적 매력의 이자벨 위페르라니!

이게 웬일인가. 뚜껑을 열고 보니, <Eva>는 영 별로다. 아마도 올해 영화제 경쟁 부문 최악의 작품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영화가 계속될수록 극장의 공기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오늘 본 것 중에는 독일 영화 <Transit>이 제일 좋았다. 베를린 영화제의 총애를 받는 독일 감독 크리스탄 펫졸드의 신작으로, 독일 작가 안나 제거스(1900~1983)의 동명 소설을 스크린에 옮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파리와 멕시코 등지로 망명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원작을, 영화는 현재인지 과거인지 알 수 없는 시대로 풀어낸다.

드디어, 젤라토의 시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도 카페 젤라토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콘 젤라토를 사서 카페 밖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아침부터 기다린 혼자만의 젤라토 만찬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그럴 수 없지. 빈 자리를 찾아 카페 안을 휘젓고 다닌, 애타는 표정을 알아봐 준 걸까.

인상 좋은 직원이 혼자냐고 묻더니 자리를 안내해 준다. 메뉴를 뚫어지게 탐독한 끝에 블루베리와 산딸기, 체리가 흐드러지게 올라간 바닐라 젤라토를 주문했다. 두근두근, 기다림의 심장 박동이 한창 박차를 가할 때, 거대한 젤라토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커다란 와인잔에 담긴 젤라토는 메뉴판의 그림보다 훨씬 거대했다. 주먹보다 더 큰 젤라토 산이 잔 위에 기세등등 솟아 있는 자태라니.

"헉!"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옆자리에 혼자 온 독일 여성 분이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도전할 가치가 있어요!" 따뜻한 응원이 날아왔다. 마주보고 함께 웃었다. 젤라토를 사랑하는 사람의 아름다운 동지애가 느껴졌다. 내게 이 도전은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것이랍니다. - 도전할 가치가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