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김선영 역)으로부터

Lady with Dog, c.1916 - 1918 - Gerda Wegener - WikiArt.org

안나 세르게예브나, 이 ‘작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벌어진 일을 꽤 특별하게, 매우 진지하게, 정확히는 자신의 타락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로서는 이상하고 부적절한 반응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시들어 축 쳐졌고, 얼굴 양옆으로 긴 머리칼이 슬프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옛 그림 속의 죄 많은 여인*처럼 침울한 포즈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성서 속 인물 마리아 막달레나를 가리킨다.
객실 탁자 위에 수박이 있었다. 구로프는 수박 한 조각을 잘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적어도 한 30분은 침묵이 흘렀다.
안나 세르게예브나는 감동적이었고 그녀에게서 단정하고 순진한, 얼마 살지 않은 여자의 깨끗함이 풍겨 났다. 탁자 위 하나뿐인 촛불이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쳤음에도 그녀의 맘이 좋지 않다는 게 보였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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