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김선영 역)으로부터

Lady with Dog, c.1916 - 1918 - Gerda Wegener - WikiArt.org



안나 세르게예브나, 이 ‘작은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은 벌어진 일을 꽤 특별하게, 매우 진지하게, 정확히는 자신의 타락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이것은 그로서는 이상하고 부적절한 반응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시들어 축 쳐졌고, 얼굴 양옆으로 긴 머리칼이 슬프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옛 그림 속의 죄 많은 여인*처럼 침울한 포즈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성서 속 인물 마리아 막달레나를 가리킨다.

객실 탁자 위에 수박이 있었다. 구로프는 수박 한 조각을 잘라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적어도 한 30분은 침묵이 흘렀다.

안나 세르게예브나는 감동적이었고 그녀에게서 단정하고 순진한, 얼마 살지 않은 여자의 깨끗함이 풍겨 났다. 탁자 위 하나뿐인 촛불이 그녀의 얼굴을 희미하게 비쳤음에도 그녀의 맘이 좋지 않다는 게 보였다. -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막심 고리키는 체호프의 작품이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톤 체호프처럼 인생의 사소한 것들이 지닌 비참함을 명료하고 세심하게 이해한 사람은 없었다. 소시민적 일상의 희미한 혼돈 속에 놓인 인생들, 그들의 부끄럽고 우울한 면을 이처럼 냉정하고 사실적으로 그려 낸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의 적은 세속성이었다. 평생 세속성과 싸웠고, 그것을 비웃었고, 침착하고 날카로운 펜으로 묘사했다. 첫눈엔 모든 게 좋고 편리하게 정돈된 것처럼, 심지어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그 안에 담긴 세속의 유혹을 발견해 냈다." - 작품 해설 | 질문을 던지는 작가 체호프, 그가 그린 여성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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