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와인 ‘뱅쇼’ 간편 제조법 개발 / KBS 2021.08.23.] https://youtu.be/nlqvsN8DVpM
내 냉장고에 레몬 하나가 시들어가고 있는데 - 올해 초 뱅쇼를 만들기 위해 산 세 개 중 남은 마지막 하나 - 한 번 더 뱅쇼를 만들어야 할까.
'겨울 간식집' 수록작 '한두 벌의 다른 옷'(박연준)으로부터 옮긴다.

사진: Unsplash의ALEXANDRA TORRO

나는 끓이기에는 과일이 지나치게 싱싱하다고 생각했다. 단단하고, 열렬히 살아 있는 과일을 단지 향을 입히기 위해 끓인다니. 그거 참 고급 취미군.
—아깝다. 향을 내기엔.
혼잣말에 가까운 내 중얼거림을 듣고 영혜가 미소를 지었다.
—오늘 꼭 크리스마스 같네.
영혜는 뱅쇼가 담긴 잔을 식탁에 올리고 호밀빵과 버터, 견과류와 치즈를 꺼내 접시에 담았다. 미리 사 둔 김밥 두 줄과 스위스 초콜릿 한 줌도 곁들였다. 처음 마셔본 뱅쇼는 뜨겁고 시고 떫었다. 뱅쇼를 먹어본 적 없기에 원래 뱅쇼의 맛이 이런 건가 생각했다. 달지 않아서 좋았다. 우리는 두껍게 자른 호밀빵에 버터를 바르고, 견과류를 올려 먹었다. 빵의 거친 식감과 버터의 부드러움, 견과류의 고소함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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