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Axt 2022.3.4' 위수정 작가의 글로부터.
A Lady with a Dog - Giuseppe Maria Crespi - WikiArt.org
날이 추워. 겨울이니까. 오늘은 유독 더 추운 것 같아.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가? 하지만 걷다 보면 추위는 점점 사라질 거야. 이제 우리는 그 사실을 알지. 그리고 또 내가 아는 것은, 네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 나는 너를 데려왔을 때부터 너의 죽음을 대비하고 있었거든. 무슨 말이냐면, 개는 사람보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하니까. 사람의 1년이 개에게는 보통 7년 정도라고 하니까. 나는 네가 두 살 때부터 너의 나이를 사람의 나이로 계산하면서 아직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남았다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불안한 마음을 누르며 잠이 들었거든. 하지만 네가 여덟 살, 아홉 살이 되면서는 계산을 하지 않았어. 일부러. 생각하기 싫어서. 그런데 네가 아프고 난 후에 나는 깨달았어. 죽음은 대비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아무리 준비하고 대비해도 결국 무방비 상태에 가깝다는 것을.
아, 갑자기 어떤 선배의 예언이 떠올랐다. 십수 년 전쯤인가, 내게 전화를 해서 무슨 말 끝에, 너 그렇게 까칠하게 살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어떻게 되는데? 나중에 개랑 둘이 살게 되는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소리 내어 웃었다. 재미있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선배가 말한 개와 둘이 사는 삶은 결코 밝은 미래로서 말한 것이 아니었다. 외롭게 살 거라는 말이었겠지. 지금 생각하니 열이 받는데, 그는 소설 좀 읽는 사람이라면 다 알 만한 작가가 되었다. 누구냐면. - 같이 걸을까, 영원처럼(위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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