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로'에 출몰하는 레드핫포커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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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토마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XXXd1461







그들은 여느 때처럼 정원 아래로 걸어가, 테니스 코트를 지나, 팜파스 풀밭을 지나, 밝게 타오르는 석탄의 약한 불처럼 빨갛게 핀 레드핫포커 꽃들로 둘러싸인 울창한 울타리 속의 구멍을 지나, 여느 때보다 더 푸르게 빛나는 만의 푸른 물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길을 따라 산책하던 그들은 레드핫포커 꽃들이 핀 쪽으로 걸어갔다. "딸아이들이 당신이 과장하는 걸 보고 그대로 배우고 있어." 그녀를 꾸짖으며 램지 씨가 말했다. 저보다 카밀라 숙모가 과장이 더 심한 걸요. 램지 부인이 대꾸했다.

레드핫포커 꽃이 많이 핀 곳으로 남편과 함께 걸어갔을 때 꽃들 사이의 틈을 통해 등대가 보였지만 그녀는 일부러 등대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이 그녀를 보고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거기에 앉아 생각에 잠기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아이들 걱정만 했지 남편 걱정은 하지 않았다. 레드핫포커 꽃들 사이에 함께 서 있을 때 그는 만을 가로질러 바라보면서 결혼하기 전에 하루 종일 돌아다니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그 당시 선술집에서 빵과 치즈로 끼니를 때웠다. 쉬지 않고 열 시간씩 연구했고, 할머니만 이따금 나타나 불을 보살펴주었다. - 1부 창

폐허가 된 방에서 소풍 나온 사람들이 주전자에 불을 붙이고, 연인들은 은신처를 찾아들어 헐벗은 판자 위에 드러눕고, 양치기는 벽돌 위에 도시락을 올려놓고, 떠돌이는 추위를 막으려고 코트를 입은 채 잠을 잘 터였다. 그러다가 지붕이 폭삭 내려앉고, 히스와 독미나리들도 길과 계단과 창을 가리고, 그런 것들이 무성하게 자라 작은 언덕을 덮어버리면 길을 헤매던 침입자가 쐐기풀 속에 피어난 레드핫포커 꽃이나 독미나리 사이에서 도자기 조각을 발견하고 여기에도 한때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집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될 터였다. - 2부 세월이 흐른다

바다는 텅 빈 게 아니라 가장자리까지 꽉 차 있었다. 물이 헤아릴 수 없이 깊었기 때문에 어떤 배는 그녀의 입언저리에 있다가 출발하는 듯했고, 어떤 배는 앞으로 나아가고, 어떤 배는 표류하다가 물속으로 침몰하는 듯했다. 저 물속으로 그렇게도 많은 삶들이 빠져들었다. 램지 부부와 그들 아이들의 삶들도 빠져들었고, 모든 종류의 잡동사니의 삶들도 빠져들었다. 빨래통을 들고 빨래하는 여인과, 까마귀와, 레드핫포커 꽃과, 보라색과 회녹색 꽃들도.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된 느낌이 있었다. - 3부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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