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이숙자 옮김)에서 램지 부인이 그림 동화 '어부와 어부의 아내'를 읽는 부분이다.
Fisherman's Wife on the Beach, 1882 - Vincent van Gogh - WikiArt.org
Fisherman on the Beach, 1882 - Vincent van Gogh - WikiArt.org
지칠 대로 지친 그녀에게는 그림 형제의 동화책 한 페이지를 손가락으로 겨우 넘길 정도의 힘만 남아 있었다.
그녀는 다시 동화책으로 눈을 돌렸다. 눈을 돌리자마자 갑자기 육체적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항상 이런 식으로, 램지 부인은 당장이 아니라 나중에 피로를 느꼈다). 어디서 오는지 모르지만 다른 불쾌한 감정이 그녀에게로 다가와 육체적 피로와 어울리지 못하는 걸 느꼈다. 《어부와 어부의 아내》라는 동화책을 큰 소리로 읽으면서도 그녀는 그런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상세히 알지 못했다. 책장을 넘기려고 읽기를 멈춰, 저 멀리서 떨어지는 파도의 둔하고도 불길한 소리를 들은 다음에야 이 감정이 어디서 오는지 알았지만, 감히 불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즉, 잠시라도 그녀는 자신이 남편보다 훨씬 낫다는 걸 느끼기 싫어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남편과 대화할 때조차 자신이 말한 것이 진실이라고 남편 앞에서 명확히 말하기를 꺼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