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수록작 '벽 - 짤막한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는 열정과 오해와 질병으로 사람들이 죽어간다.
White Christmas · Bing Crosby · Pentatonix · London Symphony Orchestra
A Bing Crosby Christmas
Released on: 2023-12-23
"그러니까 아무 생각도 해내지 못했단 말인가?" 그가 재촉하듯 물었다.
"전혀." 내가 털어놓았다. "보름 전부터 벽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네."
내가 오랜 친구인 그를 찾아온 것은, 원기와 낙관주의와 집중의 힘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기적의 약’ 한 가지를 처방해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12월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유수한 어린이 신문사의 편집장에게, 청소년 독자들이 내게서 기대함직한 교훈적이고도 멋진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쓰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대개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멋진 이야깃감이 떠오르곤 하지." 나는 그에게 설명했다. "밤이 길어지고, 상점 진열장에 장난감들이 가득 찰 때가 되면, 그런 이야기가 절로 떠오른다네. 하지만 이번엔 내게서 영감이 떠나버린 것 같네. 벽 앞에 있는 것 같다니까……"
훌륭한 의사의 두 눈에 꿈꾸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자넨 멋진 주제를 찾아낸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벽이라…… 난 자네에게 약을 처방하지 않겠네. 부들스에서는 의사가 아니니까 말일세. 그 빌어먹을 알약을 원한다면, 병원으로 날 찾아오게. 5기니 정도 들 걸세. 하지만 그 대신 벽에 대한 실화 하나를 들려줄 순 있네. 여기서 말하는 벽은 원래의 뜻도 되고 비유적인 뜻이기도 하네. (하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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