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맞이 독서로 '플랜더스의 개(부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읽는다.


Madonna and Child with the Donors Alexandre Goubeau and his wife Anne Antoni, c.1604 - Peter Paul Rubens - WikiArt.org



"보여? 저 사람, 정말 대단한 인물이야. 세상이 알아주는 위대한 화가거든. 우리 마을에 살던 불쌍한 어린 넬로가 저렇게 되다니. 옛날에는 거지나 다름없어서 기르던 개 덕분에 겨우 먹고살았는데 말이야."

넬로는 할아버지에게 모피와 보랏빛 천으로 옷을 지어 주고, 신트야코프 성당에 걸린 성가족(성모 마리아, 요셉, 예수로 구성되는 가족:옮긴이) 그림 속의 요셉 같은 모습으로 초상화를 그려 주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파트라슈에게는 황금 목걸이를 걸어 주고 자기 오른편에 서게 해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소개할 것이다.

"이 개는 한때 저의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넬로는 자신을 위해서는 성모 대성당의 뾰족탑이 보이는 언덕에 하얀 대리석으로 커다란 저택을 짓고 화려한 정원도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곳에 살지 않고, 젊 고 가난하고 친구도 없지만 큰 꿈을 품은 청년들을 모두 불러 모아 살게 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청년들이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하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닙니다. 저에게 감사하지 말고 루벤스 님께 감사하세요. 그분이 없었다면 저도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넬로는 그 아름답고, 불가능하고, 순수하고, 이기심이라고는 한 점도 없이 오직 자신의 영웅을 향한 존경심만으로 가득한 꿈에 파묻혀 행복하게 걸어갔다.

<플랜더스의 개>는 북해에 인접한 플랜더스 지방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이다. 플랜더스는 유럽의 여러 지역을 이어 주는 중간 지점에 자리한 덕분에 늘 주변 강대국들의 침략에 시달렸다. 특히 작품의 시간적 배경과 가까운 19세기 초에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는데, 작품 속에서도 마을의 풍차가 50년 전 ‘나폴레옹의 병사들이 먹을 밀가루’를 빻았다는 묘사가 나온다. 넬로의 할아버지도 젊은 시절 나폴레옹 군대에 징집되었다가 부상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몸과 마음에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할아버지는 ‘황소가 밭도랑을 밟아 뭉개듯 이 땅을 짓밟은 전쟁’을 기억하며 살아왔다.

그런 슬픈 역사를 지닌 땅이지만, 동시에 플랜더스는 얀 반에이크와 루벤스처럼 서양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화가들을 낳은 예술의 땅이기도 하다. 사실 루벤스는 아버지가 종교 박해를 피해 독일로 피신해 있을 때 태어났기 때문에 정확히 따지면 위다의 말처럼 안트베르펜에서 ‘세상의 빛을 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열 살 때 안트베르펜으로 돌아왔으며, 개신교도였던 아버지와 달리 가톨릭교도로 자라 수많은 종교화를 그렸다. 작품에서도 넬로가 루벤스의 그림을 보려고 자주 안트베르펜 성모 대성당을 찾는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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