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잡지 샤우뷔네(1905년 창간)






12월 25일 자 『샤우뷔네』 52호에 쿠르트 투홀스키가 테오발트 티거라는 필명으로 쓴 시 「대도시의 크리스마스」가 실린다. 이 시는 인간들이 더이상 감정은 없이 오로지 맡은 역할만 수행할 뿐인 시민적 연극이 되어버린 크리스마스를 이야기한다.

대도시의 크리스마스

아기 예수가 오네! 우리 어린이들은 고요하고 거룩한 축음기에 귀를 기울이네.
아기 예수가 와서 넥타이, 인형, 사전을 바꿔줄 준비가 되어 있네,

그리고 성실한 시민은 가족 곁에 앉아 있네,
잉어로 배가 부른 채, 9시 30분에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자기 자신에 스스로 만족하여 자신 있게 외치네.
"아아, 이 정도면 아주 멋진 크리스마스 파티였어!"

그리고 그는 즐거운 기분으로 ‘크리스마스 날씨’에 대해 얘기하네,
비가 올지 아니면 눈이 올지,
그는 유쾌하게 담배를 피우면서 아침신문을 읽네,
기분좋은 만담이 실려 있는 신문을.

아기 예수는 자기가 날아온 이곳에서
이렇게 고작 덧없는 행복을 조우하는 것일까?
오, 세상에, 그들은 크리스마스 평화를 연기하네……
"우리는 모두 연기하네. 그것을 아는 이는 영리하네."

마지막 시구는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기한다. 그걸 아는 사람은 영리하다." 이것은 1913년의 비밀암호 같다. 슈니츨러는 젊은 아방가르드 예술가가 자기 말을 인용하고, 누구나 그게 누구의 말인지 알 정도로 사람들이 자기를 그렇게 잘 이해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도 될 것이다.

그러나 슈니츨러는 자랑스럽지 않다. 그는 12월에 일기장에다, 이제 누군가 자기를 진정으로 이해해줄 거라는 희망을 완전히 버렸다고 적는다. "로제우 박사가 나에 관해 쓴 소책자를 보내준다. 좋은 의도에서 그런 거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반적으로 퍼져 있는 같은 이유에서다. 나는 현대비평으로부터 이해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접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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