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의 빵 / 슈톨렌

[네이버 지식백과] 슈톨렌 (세계 음식명 백과, 신중원)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73405&cid=42717&categoryId=42718


작년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함께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인 슈톨렌을 먹었다. 올해는? 독일 크리스마스 여행기 ‘설렘 한 스푼,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스텔라)으로부터 슈톨렌에 관한 대목을 옮긴다. 


[책 굽는 오븐-기적의 시작]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1712292107035 '다정한 매일매일'에 수록된 이 칼럼에서 저자 백수린은 슈톨렌으로 시작하여 로맹 가리 소설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실린 단편 '지상의 주민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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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리첼Striezel은 슈톨렌Stollen의 또 다른 표현이다. 슈톨렌은 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인데, 낮은 원기둥 모양의 빵 위에 크림 데코레이션을 올린 익숙한 케이크 형태가 아니라, 그냥 하얀 반죽 덩어리처럼 생겼다. 말린 과일과 향신료, 마지팬을 넣어 빵을 굽고 그 위에 슈가 파우더를 뿌려 완성하는데, 12월 초쯤 만들어두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달 내내 아주 얇게 조금씩 썰어먹는 것이 관습이라고 한다. 먹을 수 있는 어드벤트 캘린더라고나 할까.

이름에 걸맞게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슈톨렌 축제Stollenfest라는 별도의 행사도 있다. 드레스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대형 슈톨렌을 잘라서 나눠 먹는 이벤트라고 하는데, 뉘른베르크의 빛의 행렬처럼 마켓 기간 중 단 하루만 진행하는 이벤트라, 이것 역시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구글에서 이미지를 찾아보니 커다란 수레에 거대한 슈톨렌 한 덩이가 실려있고, 무려 10명의 스태프가 슈톨렌을 빙 둘러싸서 커팅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미 해는 완전히 져서 까만 하늘. 상점 거리와 주택 단지를 지나 인적이 드문 차도를 따라 걷는 동안 계속해서 마주치는 건물 사이의 노란 조명과 주택 창문에 놓인 별 장식은 지금이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걷다가 발견한 베이커리에서 새하얀 슈가 파우더가 잔뜩 뿌려진 슈톨렌을 구매한 후, 다시 걷고 또 걸었다. ‘버스나 트램을 탈 걸 그랬나’ 생각할 때쯤 목적지에 도달했다.

티 세트의 구성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작게 조각낸 몇 종류의 빵이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슈톨렌도 한 덩이 올려져 있다. 사실 메인 식사라기보다는 디저트라고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양이 적지 않다. 그리고 독일빵은 뭐랄까, 속이 빽빽하게 차있다. 뉘른베르크의 렙쿠헨도 드레스덴의 슈톨렌도 그렇다. 유럽의 다른 지역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이스트로 부풀어져 공기가 차 있는 폭신한 빵이나, 입안에서 금방 녹는 달달한 버터 빵과는 확실히 다르다. 한두 조각만 먹어도 배부를 만큼, 디저트라기보다는 식사에 가까운 든든함이다. 그런 점도 왠지 독일스럽다. 어쨌든 결국 우리는 먹기 전에 예상했던 대로 티 세트를 꽤나 남기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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