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배수아 편역 '안데르센 동화집'에 실린 '눈의 여왕' 중 마지막 장 '일곱 번째 이야기 눈의 여왕의 성에서 일어난 일들(과 그 후의 이야기)'가 출처이다.
Snow Queen - Kay Nielsen - Wiki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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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휘몰아치는 짙은 눈보라가 만든 벽으로 둘러싸였다. 창과 문은 살을 찢는 매서운 바람이 만들었다. 성 안에도 마찬가지로 눈보라의 벽으로 이루어진 방이 수백 개나 있었는데, 그중 가장 큰 방은 길이가 몇 마일이나 되었다. 모든 방에서 오로라가 샹들리에처럼 환하게 빛났다. 매우 큰 방들은 온통 텅 비었고 얼음의 냉기가 심장을 파고들었으며 사정없이 번쩍거렸다. 이곳에는 그 어떤 즐거움도 존재한 적이 없었다. 폭풍이 음악을 연주하고 북극곰이 뒷발로 서서 춤 솜씨를 뽐내는 그런 흥겨운 파티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서로 장난치면서 유쾌하게 떠드는 놀이판도 벌어진 적이 없고, 흰 여우 아가씨들이 모여 커피 마시는 모임도 열리지 않았다. 눈의 여왕의 궁전은 크지만 텅 비어 있고 추울 뿐이었다. 오로라 불꽃은 매우 규칙적으로 번쩍여서 언제 가장 밝아지고 언제 가장 흐릿해지는지 정확히 짐작할 수 있었다. 끝없이 드넓고 텅 빈 얼음의 방 한가운데에는 얼어붙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의 수면은 수천 조각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런데 그 조각들이 모두 완전히 똑같은 모양이어서 인위적으로 만든 예술 작품처럼 보였다. 호수 한가운데는 눈의 여왕이 성에서 지낼 때 앉는 자리였다. 여왕은 호수를 ‘이성의 거울’이라고 불렀고, 그 위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고 유일한 자리라고 말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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