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카프카를 생각하며-삶이냐 예술이냐'(박병화 지음)의 ‘Part3 작품분석’ 중 ‘7. 빨간 피터의 고백 -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읽었다.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A Report to an Academy - HP Vannoni as Redpeter 2010 By Peter Vannoni - Template:EXit production,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박병화 저자의 연구서 '카프카'도 담아둔다.
인간화된 원숭이 빨간 피터는 학자들의 모임에서 요구한 바에 따라 원숭이로서의 전생(前生)과 자신이 인간세계로 들어온 동기에 대해 강연을 한다. 빨간 피터는 인습적인 아카데미의 정중한 어법을 노련하게 구사하며 대단한 능변으로 학술원 보고를 완수한다. 빨간 피터는 자기도취로 가득 차 있고 힘겹게 도달한 인간 신분에 대단한 긍지를 보인다.
현재 피터의 지위는 무대 위에서의 쇼 공연가인데 이것 역시 그에게 진정한 자유의 상태로 체험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흥행사로서 그는 사회의 노예일 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속에 갇힌 고통스러운 삶이 그에게 이런 상태를 ‘출구’로서 강요한 결과일 뿐이다.
체코의 프라하에서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대인으로서 카프카의 소수 민족적 한계를 보고 "소수집단의 탈영역화"라는 해석도 있다. 기존의 지배집단에서 출구를 모색하는 노력이 침팬지 피터의 고백에서 드러난다는 주장이다.
카프카가 즐겨 읽은 니체의 문명화의 과정에 대한 관점이 투영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적 강요와 억압으로 형성된 인간존재에는 중요한 무언가가 결핍되었다는 것이다. 이 결핍상태는 언젠가 새로운 인간형으로 극복되어야 하며 현재의 인간은 일종의 과도기적 존재라고 니체는 본다.
정신분석학적 연구에서는 술을 마신다는 상징적 행위로 원숭이가 인간세계로 수용되는 것을 작가가 성인 남자의 사회로 진입하는 것에 비유한다. 빨간 피터는 사냥꾼에게 잡힐 때 총 두 발을 맞는데 한 발은 음부 부위에 상처를 주고 이것을 카프카의 거세공포로 풀이하기도 한다. 또 우리에 갇혀 지내는 고통을 카프카의 성적 궁핍으로 해석한다.
한편 원숭이가 인간이 된다는 것을 기독교의 개종으로 생존환경에 적응하려는 유대인의 동화 노력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말하자면 빨간 피터에게 출구로 강요된 인간화는 유대인의 생존투쟁으로서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주변 세계에 억지로 동화된 쓰라린 현실을 풍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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