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레리아나』의 첫 부분을 들어보자. 우리가 다른 장면 속으로 들어갈 준비가 채 되기 전에 이미 막이 열려 있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새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고 이어지고 반복되어 우리가 멈춘 후에야 끝나는 그 어떤 것이 주는 강렬한 감정이 거기 있다. 이전에 들었던 것도 아니고 실제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이미 연주된 것인 듯한 이런 인상은 몹시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첫 음을 쓰인 대로(셋잇단음표로 된 16분음표의 소용돌이)가 아니라 그 길이를 길게 연장하면서 접근한다. 마치 문턱을 넘어 문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듯이.*
* 여러 연주자 중에서 코르토 혹은 호로비츠가 압권이다. 그 반면 우리는 얼마나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듣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