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이너프’(데보라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를 다 읽고 요약정리를 마쳤다. 이 책을 여는 인물인 시몬 베유로 돌아가 왜 시몬 베유로 시작하는가를 생각하며 추가로 시대적 배경을 더 살펴본다. 

a well-dressed woman, Jean Bike, in Chicago, IL, in 1953. By Bike Family Collection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Christmas party 1952 By Seattle Municipal Archives - CC BY 2.0, 위키미디어커먼즈






1951년과 1952년에 어느 프랑스 여성이 쓴 세 권의 책이 영어로 번역되었다. 이 여성은 작가이자 교사이자 철학자이자 노동운동가이자 기독교 신비주의로 개종한 유대인이었다. 영어권 세계에서는 무명이었고 프랑스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여성, 시몬 베유는 런던에서 서른네 살의 나이에 결핵과 단식으로 세상을 떠났고, 1943년 사망하기 전까지 11년에 걸쳐 소규모의 좌파 저널과 공장 잡지에 50편에 달하는 에세이를 기고했다.

매카시는 훗날 베유의 에세이와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우한 경험을 통해 "이항 대립적 사유"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베유는 생전에 주류 독서 대중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이전부터 동인同人 문화적인 유럽 좌파 사이에서는 열렬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상당수는 전쟁 중에 미국으로 망명한 지식인들이었다.

현대 비평가들은 달리 생각할지 모르지만, 1950년대 전후의 미국과 유럽에서 베유가 독자층을 찾았을 때 그녀의 비극적 세계관이 방해는커녕 오히려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생각은 해볼 만하다. 종교적 저작의 출간은 프랑스와 미국 양쪽에서 전후의 종교 부흥으로 한껏 자극된 독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켰지만, 미국의 비평가들은 베유가 어째서 인기를 얻었는지 모르겠다고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시몬 베유처럼 수난을 기꺼이 포용하는 작가가 어째서 대중적 독자의 인기를 얻는지 그 이유를, 특히나 그 시대의 종교적 분위기를 고려할 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40년대 후반과 50년대 초반에 거쳐 일어난 종교 부흥의 문맥 속 에서 베유의 수용을 생각해보면, 베유와 그녀의 비극적 세계관이 어째서 한편으로 위협적이면서 또 한편으로 미혹시키는 면모를 지녔는지 개략적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일부 역사가에 의하면 전후의 미국 문화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유사한 데가 있었다.

이런 생각의 한 가지 관점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내면을 지향하며 가장 인습적인 형태의 가정생활로 돌아갔다.

2차대전 이후 부흥을 꾀하던 종교는 당시 심리적 외상으로 인해 내면을 지향하는 사회적 경향을 감지했고, 이로써 1950년대의 가정생활의 패턴을 해명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인들은 제도화된 종교의 요새로 퇴각했고, 성전은 이상화된 50년대의 가정과 같은 미덕을 제시해주었다. 강력한 아버지(목사), 위로를 주는 어머니(반가이 맞아주는 신도들)는 위험한 외부인들을 막아주고 적대적이고 낯선 전후의 세계로부터 그들을 지켜주었다. 전쟁 직후의 종교적 부흥은 체계화된 종교 내에서 주로 일어난 현상이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반대로 60년대의 종교 부흥은 전통적 숭배를 거부하고 더 혼합적이며 색다른 형태의 숭배를 모색했다). 이 요새를 굳건히 지키는 버팀목이 대중적이고 종교적인 저작물이었고, 이는 대체로 위안을 주는 사후 세계의 이미지나 "긍정적 사고"를 말하는 기분 좋은 이야기들, 그리고 종교적 활동으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평화에 대한 브로마이드를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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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터프 이너프 / 시몬 베유의 수난
    from 에그몬트 서곡 2023-12-05 14:48 
    Simone Weil commemorative sign by Alex McGregor, CC BY-SA 2.0, 위키미디어커먼즈 * 시몬 베유 Simone Weil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9b2221a'터프 이너프'(데보라 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의 첫 주자는 철학자 시몬 베유다. 아래 발췌한 글 중 따옴표된 인용문은 당대 남성 비평가의 글이다.[행동하는 철학자 시몬 베유 대표작 잇따라 출간(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