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으로'(올리비아 랭) 3장을 마친다.


강원도 철원의 겨울 철새들

제비들이 하늘을 찢어놓을 듯 새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 앉아 제비 떼가 날개를 접고 추락하듯 빠르게 하강하며 날카롭게 울어대는 모습을 구경했다. 우리는 참으로 별나게 생을 보낸다. 하데스의 구조를 지도로 만들거나 꽃가루의 구조를 자세히 묘사하는 그런 방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뭐든 잊히는 법이 없다. 잊히지 않고 이 세상의 지상이나 지하 어딘가에 쌓인다. 게다가 멈추는 법도 없으며, 그것이 문제다. 먼지 쌓인 폐허에서 일어나는 황금빛 바람처럼 자꾸만 밀려온다.

인기척은 드물었지만 새들로 가득한 세상이었다. 강둑의 산사나무에서 새들의 노랫소리가 흘러넘쳤다. 굴뚝새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병 안에 동전이 떨어지며 부딪치는 소리 같았고, 박새들이 일제히 울어대는 소리는 그리스어로 의견과 훈계를 주고받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땅바닥에 등을 대고 아주 단단한 느낌을 감지하면서 강 쪽으로 고개를 젖혔다. 강물은 하늘 한 조각과 너울거리는 나무 몇 그루를 붙잡고 흐르면서 물그림자를 부채 모양으로 펼쳐나가며 점점 틈을 벌려놓았다. 영웅들이 안식을 취하는 하데스에서부터 성경의 천국과 지옥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사후 세계에 관한 착상에 계속 집착하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이런 세계가, 이런 다채롭고 비현실적인 영역이 정말로 어둠 한가운데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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