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읽은 김채원의 '가을의 환'이다. 올해의 11월이 며칠 안 남았다.
Study for autumn, 1909 - Wassily Kandinsky - WikiArt.org
엄격한 예술의 세계, 문학이라 하는 것, 인생이 무엇인가를 더 내놓으라고 채근하듯이 문학 역시 무엇인가를 더 내놓으라고 채근하는 것을 느낀다. 무엇인가를 더 가져다 바쳐야 하나 그러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결핍과 절망을 느낀다. 홍대 앞의 노을을 보던 그 첫 느낌, 노을을 그린 인상파 그림에서 회화의 세계를 처음 맛보던, 핵심을 비수로 찌르는 듯한 그 신선한 감동, 이런 것에서부터 나의 세계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나와 있는가. 어떻게 해야지만 가까이 갈 수 있는가.
나 자신의 문제는 뒷전으로 두고 네가 실망할 일이 먼저 떠오른 이것, 생각해보면 내 인생 속에서 거의 항상 이러했던 것인데 내 것은 내 안에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낭패감에서부터 길들여진 거의 습성처럼 되어 있는 아픔에 대한 처리…… 내 몫은 내가 맡지만 네 실망까지 내가 맡기에는 역부족인……. - 가을의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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