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나 오캄포 작품집 '천국과 지옥에 관한 보고서' 역자(김현균) 해설로부터 발췌한다.
1930년대의 실비나 오캄포
아직 문학에 입문하기 전인 1934년 그녀는 열한 살 연하의 비오이 카사레스를 만나 1940년에 결혼하게 된다. 보르헤스, 코르타사르와 더불어 아르헨티나 환상문학을 대표하는 비오이와의 만남은 오캄포가 문학에 투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대의 가장 유력한 문예지였던 『수르Sur』를 창간한 언니 빅토리아 오캄포 역시 ‘잉크로 얼룩진 손가락으로 동생에게 문학적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세례의 대모’였다.
‘삶은 한 순간’이라고 믿었던 그녀는 평생 자신의 생일조차 잊고 살았다. 심지어 그녀가 죽었을 때 비오이 카사레스는 부인의 평소 성격을 고려해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기자들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언니 빅토리아의 논쟁적 열정과도 거리가 멀었던 오캄포는 검은 선글라스 뒤에 얼굴을 감추고 보르헤스와 비오이 같은 대가들 곁에서 기꺼이-어쩌면 의도적으로-주변인으로 남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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