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아 랭의 '강으로' 3장이다.



Above the Clouds I, 1962 - 1963 - Georgia O'Keeffe - WikiArt.org








나는 물푸레나무 아래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머리칼은 땀에 젖어 목덜미에 들러붙었고 등줄기도 땀으로 흥건했다. 세상에는 얼마나 무수한 거울들이 있는지! 풀 잎사귀 하나하나가 햇빛을 붙잡았다가 하늘로 다시 반사하는 것처럼 보였다. 큼지막한 흰색 구름이 머리를 짓누르듯 묵직하게 지나갔고 그 아래로 쇠처럼 번쩍이는 청색 실잠자리가 다들 짝을 지어서, 더러는 서로 딱 붙은 채로 움찔거리며 지나갔다.

나는 몸을 뒤로 기대며 내 쪽으로 떠오는 구름을 지켜보았다. 저 구름은 바다를 건너왔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근처의 들판에서 생성되었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다. 구릿빛 소리쟁이와 쐐기풀이 다른 풀과 이리저리 얽히며 자라는 그 들판의 가능성에 마음이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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