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 이너프'(데보라넬슨 지음, 김선형 옮김)의 수전 손택 편에 있는 사진가 다이앤 아버스에 관한 대목으로부터 가져왔다.
Puerto Rican Woman with a Beauty Mark, 1969 - Diane Arbus - WikiArt.org
1972년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MoMA에서 열린 다이앤 아버스의 사진 회고전이 손택의 기념비적 저작인 《사진에 관하여》를 낳았다는 사실은 이제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비평가들은 아버스의 작품을 비평하면서 항상 손택의 이름을―요즘은 스쳐 가는 말로―언급하지만 손택에게 아버스의 중요성은 거의 주지되지 못했다.
아버스 전시회는 손택에게 예술뿐 아니라 그녀가 ‘마취’라고 보았던 수난의 정치학에 일어난 심란한 변화를 한마디로 축약하는 사건이었다.
손택은 아버스가 다큐멘터리라는 양식에 내재한 실천의 호소는 전혀 없이 시각적 수사학만 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맹렬한 비난을 퍼붓는다. 양심을 움직이려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아버스가 진열하는 순수한 수난은 ‘마취제’가 된다. 고통이 고통의 진통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스를 향한 손택의 비판을 감정적 호소에 대한 선호로 읽는 실수를 하기는 쉽다. 감정적 호소는 다큐멘터리의 시선을 구성하는 한 요소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택은 직접적인 감정적 호소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며, 시종일관 전후의 사회 운동과 연관이 있거나 그 운동 내에서 창출된 예술을 철저히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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