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과 칸딘스키의 고요한 사건
악스트 9/10월호에 백수린 작가의 단편 '호우'가 실렸다. 재개발이 주요 사건이고 눈 내리는 겨울이 개입하는 등 공통된 소재로 인해 작품집 '여름의 빌라' 수록작 '고요한 사건'을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2017년 1월 악스트 7호에 발표된 '고요한 사건'은 그 해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전작 '고요한 사건'에는 소녀가 등장했고, '호우'의 주인공은 결혼한 여성이다. 한 소녀가 자라면서 계속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느낌도 준다.
고요한 사건 - 백수린 l KBS WORLD Korean
사진: Unsplash의VALERIE ROMAIN
폭설이 내린 어느 날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눈사람을 같이 만든 적도 있었다. 눈사람을 거의 다 만들 즈음 남편과 희경의 남편도 합류해 아이들과 눈싸움을 한 뒤 다 같이 그녀의 집에 모여 핫초코와 뜨거운 차를 마셨다.
그날 밤의 대화 주제는 이웃한 주택가가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될지 안 될지에 대한 것이었고 대화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그녀는 창밖에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솜털 같은 눈송이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근데 그 동네 재개발하면 거기 사는 분들은 너무 아쉽겠어요. 파란 대문 집 본 적 있어요? 그 집 앞을 노인이 정말 예쁘게 가꾸셨잖아요." - 백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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