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발췌글의 출처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입니다. 

사진: UnsplashZephir Brush


영화 '해바라기'가 독소전 배경이다. [소피아 로렌 '해바라기',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 10월 25일 개봉] https://tenasia.hankyung.com/movie/article/2023101193414





전쟁이라면 토할 것 같고 전쟁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역겨운, 그런 책을 쓸 수만 있다면. 미치도록 쓰고 싶다. 장군들조차 전쟁이라면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그런 책을……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 몇 분 후면 숨을 거두리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거야.

나는 그 얼굴들을 지금까지도 모두 기억해. 모두들 눈에 선하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데, 이상하지?

누군가는 잊을 법도 한데, 하다못해 한 사람 정도는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 법도 한데 말이야. 정말 단 한 명도 잊지 않았어. 모두 다 기억하지…… 모두 눈에 선해……

무덤을 만들어주고 싶었어. 우리들 손으로 직접.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해주진 못했어. 우리는 떠났고 그들은 남았지.

머리에 붕대를 감아주는 사이에 죽어버린 부상병도 있었어. 머리 전체에 붕대를 친친 감은 채로. 그래서 그 병사는 머리에 붕대를 감고서 땅에 묻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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