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김은주 지음) 중 한나 아렌트와 라헬 파른하겐에 관한 부분으로부터 옮긴다.

Rahel Varnhagen von Ense (1771-1833)








라헬 파른하겐은 언제나 이방인이라는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는 동시에 이로부터 벗어나기를 갈망했다. 그는 독일에서 일어난 계몽주의운동, 관념론과 낭만주의운동을 통해 독일 사회와의 동화를 추구했다.

파른하겐이 살았던 1806년은 독일에게 가장 불행한 시기 중 하나였다. 작은 영토의 프로이센은 힘이 미약했고 왕조차 망명했다. 독일인은 나폴레옹의 침략에 맞서 비밀 조직을 만들어 저항했고, 파른하겐 역시 그러한 결사체에 참여했다. 그는 당대의 지식인 괴테, 슐라이어마허, 훔볼트, 피히테와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면서 독일 관념론과 사상사의 주요한 논의를 이끌어가는 구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아렌트는 라헬 파른하겐에 대해 쓰면서 인물의 심리를 분석하는 이른바 전기 작가의 입장을 벗어나, 낭만주의와 독일 관념론의 발흥이라는 사상사에서 라헬이 차지하는 위치를 새롭게 조명했다. 무엇보다도 아렌트는 라헬의 목소리가 자기 자신을 반추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책을 써 내려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