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쉬운 천국'(유지혜 지음)에 나온 비엔나의 카페 이야기. 이름은 카프카. 


카프카는 오스트리아 빈 근교 키얼링의 요양원에서 죽었다.  Kierling sanatorium where Kafka died in 1924 By Clemens PFEIFFER - Own work, CC BY 3.0, 위키미디어커먼즈

kafka. 유명 작가의 이름을 본 딴 카페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한눈에도 와이파이는 절대 안 될 것 같은 비주얼에 직원은 친절하면서도 재빨랐다. 콘셉트를 잡아 뚝딱 만들어 낸 영리함 대신 시간을 저장해 둔 우직함이 보여서 우선 합격이었다. 못해도 몇십년은 된 곳인 듯했다. ‘취향’이라는 말보단 ‘역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무거운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면 옛 포스터들로 어지럽게 채워진 낡은 벽과 실제로 작동 중인 벽난로가 보였다. 양해를 구하며 좁은 바 자리를 지나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소파 자리가 나왔고 이는 연인 사이와도 같은 친밀감이 절로 생겨날 만한 구조였다. 유난히 거울이 많은 카페였는데, 그 속의 아이폰을 든 내 모습은 어색하기만 했다. 이곳을 채우는 멋진 배경이 되기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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