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네흘류도프는 두 명의 귀부인을 만난다. 한 사람은 유혹자이다. 네흘류도프는 이 유혹의 시험에서 패하지 않지만 이겼다고 하기도 어렵다. 나중에 만난 다른 사람은 네흘류도프를 환대하며 피아노로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을 연주한다. 원래 좋아하던 그 곡을 듣고 감동한 네흘류도프는 감상적인 자기애에 빠진다. 두 일화는 네흘류도프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잘 보여준다.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봐도 그렇고, 톨스토이는 베토벤의 음악을 자주 감상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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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n beauty in a landscape, 1905 - Wassily Kandinsky - WikiAr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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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은 한 번 나쁠 뿐이지만 나쁜 생각은 나쁜 짓을 걷잡을 수 없이 끌어들이는 통로가 된다.
어제의 유혹은 잠을 푹 잔 사람이 더 자고 싶은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자신을 기다리는 기쁘고 중요한 일을 위해 일어나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침대에서 뒹굴며 아늑함을 즐기는 것과 같았다.
‘내가 이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그의 이런 생각은 아주 진실한 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시험해보자.‘
이런 섬세한 배려와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장군 집의 분위기에 흠뻑 빠진 네흘류도프는 맛있는 음식을 비롯하여 자기에게 친숙한 교양 있는 귀족 계층과의 경쾌하고 유쾌한 교제에 완전히 취해버렸다. 그는 최근에 자신이 겪어온 모든 일이 마치 꿈처럼 여겨졌고 이제야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것 같았다.
좋은 식사와 술 한잔에 안락한 의자에서 커피까지 마신 네흘류도프는 상냥하고 점잖은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더 흥이 올랐다. 장군 부인이 영국인의 요청으로 전직 국장과 함께 피아노에 앉아 공들여 연습한 베토벤의 5번 교향곡을 연주하자 네흘류도프는 마치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처럼 오랜만에 완벽에 가까운 정신적 만족감을 맛보았다.
그랜드 피아노도 훌륭했고 교향곡 연주도 뛰어났다. 최소한 그 곡을 몹시 좋아하는 네흘류도프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멋진 안단테 연주가 흐를 때는 자신과 자신의 선행에 대한 감동이 몰려와 코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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