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출판사 '악의 꽃 (앙리 마티스 에디션)' 해설(정장진)이 아래 옮긴 글의 출처이다. 



La gerbe, 1953 - Henri Matisse - WikiArt.org 제목은 '한 다발'이란 뜻이다.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는 1944년 여름, 오랫동안 꿈꿔왔던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1857)의 삽화 작업을 끝냈다. 하지만 8개월 동안 매달린 이 작업이 결실이 맺은 것은 그로부터 대략 3년의 시간이 흐른 1947년이었다. 종전이 가까워진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의 혼란, 이혼한 아내와 딸이 나치의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풀려나고 특히 딸이 죽음의 고비를 넘기기도 하는 등 불가항력적인 사건도 많았지만 삽화를 곁들인 시집 출간에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린 것은 석판화 인쇄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실 마티스는 붓을 들 힘이 없었다. 1944년이면 마티스가 75세일 때다. 3년 전에 암 선고를 받았고 폐에서도 심각한 이상이 발견되었다. 마티스로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가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전쟁까지······.

보들레르의 시집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마티스에게는 자신의 50년 화업 전체를 정리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임박한 죽음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몇 년 후에 붓을 들 수 없게 되자 마티스의 손에는 붓도 연필도 아닌 가위가 들려지게 되며 색종이를 오려 붙이는 어린아이들의 작업방식에 의지하기도 한다. - 해설(정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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