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버틀러, 지상에서 함께 산다는 것'(양효실 옮김) 중 '옮긴이의 말'로부터 아래 발췌한 글에 언급된 에드워드 사이드의 '프로이트와 비유럽인' - "에드워드 사이드가 프로이트 만년의 저작 ‘모세와 일신교’를 냉철하게 분석한 책이다."(출처:책소개) - 역본은 현재 절판 상태이나 중고로 구할 수 있다. 


1947년 유엔 총회가 팔레스타인을 분할하기로 결정한 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기점으로 시작된 팔레스타인 분쟁은, 이슬람 내 유혈 충돌의 진원지인 IS와 더불어, 중동 지역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폭력과 고통, 슬픔과 상실로 내몰고 있다.

버틀러는 유대성에 대한 자신의 새로운 구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이드 말년의 저서 《프로이트와 비유럽인》를 읽은 것이었다고 말한다. 유럽인으로서 선민의식을 지닌 유대인 정체성의 설립자로 간주되는 모세가 사실은 비유럽적 이집트인이었고, 그렇기에 유대성의 설립자가 유대성 바깥에 존재한다고 보았던 사이드는 정체성의 기원이 타자성 혹은 이타성이라는 정신분석 및 후기구조주의의 주장을 되풀이한다.

버틀러는 사이드가 제시한 모세의 형상을 경유해서, 유대인은 비유대인과의 관계가 없다면 정의할 수 없는 범주라고 주장한다. 곧 유대인은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법에 대한 물음과 완전히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과 유대인이 공유하는 실존적 특성을 ‘추방’에서 발견한 사이드를 따라서 버틀러는, 권리와 땅을 박탈당했던 유대 민족의 경험을 기억하고 이스라엘에 의해 박탈, 추방당한 이들과의 연합을 실천할 것을 유대인에게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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