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을 맞이하여 어린 시절 학교에서 일어로 공부한 고 박완서 작가의 이야기를 산문집 '호미'로부터 옮긴다. 같은 상황에 처한 영화 '말모이'의 어린이들도 떠오른다.


[전국의 말을 모으는 ‘말모이 작전’] http://cine21.com/news/view/?mag_id=92104




그렇게 조부모 슬하에서 평화로운 유년기를 누리다가 갑자기 서울로 끌려와서 소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일제시대라는 딴 세상과 맞닥뜨리게 된다. 나는 마치 생전 수영은커녕 물이라면 먹는 물밖에 모르고 살다가 깊은 물 속으로 떠밀린 것처럼 허우적댔다. 제일 두려운 게 언어의 장벽이었다. 소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조선말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국어 즉 일본어 상용을 철칙으로 했다. 교실로 들어가기 전 2주일쯤을 야외수업을 하면서 學校, 先生, 運動場, 便所, 敎室 등의 낱말을 일본말로 반복해서 가르쳤고, 곧 학교에 있는 사물과 규칙을 일본말로 익히는 데는 딴 아이에 비해 그다지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나 교실로 들어가 교과서로 수업을 받게 되면서 나는 일본의 ‘가타가나’를 도무지 외울 수가 없었다. - 내 소설 속의 식민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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