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에 관해 찾다가 크리스티 여사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까지 왔다. 손자 매튜 프리처드가 쓴 작품해설로부터 발췌한다. 




1974년 개봉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오프닝 https://youtu.be/gZ4evPIbVX0


"난 항상 기차 여행을 좋아했어요." 할머니는 자서전에서 그렇게 말했다. 1933년에 써서 1934년에 영국에서 출간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아마도 할머니가 여행에 대한 강렬한 사랑, 특히 기차 여행에 대한 사랑을 기반으로 쓴 소설 가운데 가장 걸작일 것이다.

그 당시 기차 여행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들을 경험하는 일이었다. 프랑스를 거쳐 이탈리아 트리에스테까지, 그런 다음 발칸 반도와 유고슬라비아를 거쳐 이스탄불에 도착해서는, 그곳에서 배로 갈아타고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 하이데르 파샤까지 갔다가 다시 기차로 갈아타고 종착역인 다마스쿠스까지 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마스쿠스에서 바그다드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한다.

그 시절을 상상해 보시라! 그 당시에는 신문이나 읽으면서 동승한 여행객과 한마디도 하지 않거나, 독서에 몰두하는 고립된 여행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물론 애거서 크리스티의 천재성은 오리엔트 특급 열차를 타고 경험했던 즐거운 사교적 모임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비극적인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상상해 냈다는 데 있다. 비록 오늘날에는 그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모두 한 기차에 탔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1930년대에는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는, 데이지 암스트롱 사건(비록 이름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은 실제 사건이었다. 살인자를 추적해서 잡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할머니는 소설적 만족감을 얻었다고 한다. 1973년에 만들어진 『오리엔트 특급』이란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데이지 암스트롱 사건에 대한 탁월한 묘사였다.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갈색 사진들은 그 장면을 한 편의 휴먼 드라마로 만들었다. - 작품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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