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모무스와 오페라 라보엠
Le Déjeuner sur l'herbe, 1862 - 1863 - Édouard Manet - WikiArt.org
2016년 7월 토레델라고에서 관람한 〈라 보엠〉에는 특이한 장면이 있었다. 카페 모무스 장면에서 무대 왼쪽으로 나체의 연인을 포함한 모델들을 앉혀놓고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를 그리는 화가가 등장한 것이다. 마네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1863년이고 뮈르제의 〈라 보엠〉 배경은 1840년대이니 분명 시간차가 있지만 도발적으로 시선을 끄는 효과는 충분했다. 그런데 잠깐, 2막의 배경은 크리스마스이브다. 12월 24일 저녁에 야외에 나체로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것이 가능할까?
물론 ‘나체 모델 그리기’는 원작에 없는 연출이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오페라에서도 로돌포와 미미, 마르첼로 등 친구 일행은 카페의 노천에 자리를 잡는다. 카페에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리면 관객의 시선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노천으로 설정한 것이 다. 그렇다고 해도 파리는 제법 위도가 높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길에서 바람을 맞으며 희희낙락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노천이 아니라 카페 건물을 뚝 잘라서(잘린 벽이 보이도록 해서) 내부를 노출한 연출도 간혹 보인다.
푸치니 전기를 쓴 메리 제인 필립스매츠는 특이한 가설을 제시한다. 푸치니가 개입해서 파리의 크리스마스이브 장면에 고향 루카의 풍경을 씌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에 의하면 실제 루카의 12월 기온은 크리스마스에 야외에 앉아 있을 만하다고 한다. 루카의 원형경기장(암피테아트로) 광장에는 사람들이 노천 카페에 앉아 있었고 〈라 보엠〉에서처럼 장난감 장수들, 캔디 장수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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