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노승림의 '말러' 중 '06_알마, 뮤즈인가 악처인가'를 읽는다.
말러 부부 1907 * 둘은 1902년에 결혼했다.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9903967
* 올해 5월에 출간된 지휘자 브루노 발터가 쓴 책 '구스타프 말러'
말러의 작업실 Komponierhäuschen (German for 'composition hut') in Steinbach am Attersee, where Mahler composed in the summer from 1893 By Furukama - Own work,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769353
* 브루노 발터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의 아다지에토(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말러가 사망할 때까지 10년 동안 이어진 결혼 생활 동안 알마는 말러의 인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여성이었다. 말러 곁에서 영감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이상적인 예술 조력자 알마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그녀를 ‘말러의 뮤즈’였노라 칭송한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그들에게 알마는 뮤즈는커녕 혼인 관계 중 불륜을 저지르며 말러에게 정서적 치명상을 입힌 악처다. 게다가 말러가 서거한 뒤에는 회고록을 집필하며 그의 삶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하고 작곡가의 진정한 이면을 헤아리는 것을 방해했다는 비난을 샀다. 다른 한편으로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알마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쌍한 여성이다. 뛰어난 음악성을 가지고도 보수적인 남편의 반대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채 가정주부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 커플이 결혼에 도달한 과정은 절대로 순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각자 녹초가 될 때까지 피를 말리는 신경전을 벌였다. 이 연애 기간 중 쓴 알마의 일기는 가관이다. 말러의 외모는 물론이고 그의 발음과 심지어 체취까지도 거슬린다며 인격 모독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나마 인정할 음악성조차 끔찍하게 빈약하다는 것이 결혼 전 말러에 대한 알마의 평가였다.
자신의 외모도 예술도 인정해 주지 않는 어린 알마를 제압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그로서는 나이뿐이었다. 알마의 철없는 생각을 지적하고 심지어 글씨체마저 트집 잡으며 일일이 그녀를 가르치려 들었다. 결혼 전부터 알마의 삶부터 생각까지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맞추라고 강요한 점, 무엇보다 알마에게 작곡을 포기하도록 종용한 점에서는 가부장주의를 넘어서 예술가 특유의 자기중심적인 이기심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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