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연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작가 홍자매 중 언니인 홍승은이 쓴 '관계의 말들'을 꺼내 읽는다. 동생 홍칼리의 인터뷰집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도 읽는 중이다. 유신시대에는 미신 타파라는 이유로 굿을 못하게 했다는 것과, 홍칼리가 신내림 후 신령님으로부터 받은 첫 메시지가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글을 써라”라는 것을 읽은 부분으로부터 메모해둔다.



The Sisters, c.1885 - Mary Cassatt - WikiArt.org






칼리와 나에게는 분명한 자기만의 색이 있다. 사소하게는 칼리는 산을 좋아하고,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기꺼이 교집합이 된 색도 있다. 칼리와 나는 세상을 보는 렌즈가 비슷하고, 둘 다 글을 쓴다. 나에게 칼리는 말과 글과 삶을 공유하는 든든한 동료이다. 가끔 사람들에게 우애 좋은 홍자매, 작가 홍자매라고 불릴 때면 나는 우리가 가족이라는 걸 낯설게 실감한다.

그럴 때마다 두 가지 기도를 한다. ‘핏줄의 마법을 풀고 우리를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해 주세요.’ ‘아, 마음 맞는 동료를 아주 가까운 곳에 떨어뜨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문장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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