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연하게 커피 한 잔 마시고 작가 홍자매 중 언니인 홍승은이 쓴 '관계의 말들'을 꺼내 읽는다. 동생 홍칼리의 인터뷰집 '무당을 만나러 갑니다'도 읽는 중이다. 유신시대에는 미신 타파라는 이유로 굿을 못하게 했다고 한다.


칼리와 나에게는 분명한 자기만의 색이 있다. 사소하게는 칼리는 산을 좋아하고,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기꺼이 교집합이 된 색도 있다. 칼리와 나는 세상을 보는 렌즈가 비슷하고, 둘 다 글을 쓴다. 나에게 칼리는 말과 글과 삶을 공유하는 든든한 동료이다. 가끔 사람들에게 우애 좋은 홍자매, 작가 홍자매라고 불릴 때면 나는 우리가 가족이라는 걸 낯설게 실감한다.
그럴 때마다 두 가지 기도를 한다. ‘핏줄의 마법을 풀고 우리를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해 주세요.’ ‘아, 마음 맞는 동료를 아주 가까운 곳에 떨어뜨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문장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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