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이 좋아했다는 일본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오늘과 같은 날인 팔월말일에 발표한 글이다. 

 

[식민지가 된 조선을 슬퍼했던 일본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 / 연합뉴스TV]https://youtu.be/gZH6Qr5yKyA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1886년 이와테현 출생. 1902년 중학교를 중퇴하고 도쿄로 올라와 잡지 『명성』에 투고하는 한편 동인 ‘신시사’에 참여했다. 1905년 열아홉 살에 첫 시집 『동경』으로 문단에 데뷔했지만, 생계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 교사로 일하기도 했다. 1908년 『명성』이 폐간되자 이듬해 기타하라 하쿠슈, 히라이데 슈 등과 함께 낭만주의 문예지 『묘성』을 창간했다. 1910년 솔직한 감성을 자유롭게 읊은 가집 『한 줌의 모래』를 펴내며 호평받았다. 지금도 일본 국어 교과서에 실릴 정도. 1912년 4월 13일 스물여섯 살에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했다. 사후 죽음을 앞둔 심정을 노래한 가집 『슬픈 완구』가 출간됐다.「얼음 가게 깃발」은 1909년 8월 31일 마이니치신문에 실린 글이다.

웃통을 벗어젖힌 채 드러누워 있는데, 활짝 열어 놓은 2층 창문에서 맞은편 얼음 가게 깃발과 메마른 기와지붕과 새하얀 목화솜을 겹겹이 쌓아 올린 여름 구름이 보였다. 깃발은 바람 한 점 없이 찌는 한낮 더위에 죽어버린 양 고개를 떨구고 조금도 나풀거리지 않는다. 빨간 가장자리만이 손이 닿으면 데일 만큼 불타고 있다.

나도 손과 다리를 아무렇게나 뻗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얼음 가게에 걸린 그 깃발이 ‘뭔가 해야지, 해야지’라고 초조해하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내 정신 상태 같았다. 나의 분노는 옆방에서 펄렁펄렁 부채 부치는 기척에도 끊임없이 펄럭였다. 가슴에 송송 솟은 땀이 갈비뼈를 타고 조르륵조르륵 등 쪽으로 흘러 떨어졌다. - 얼음 가게 깃발(이시카와 다쿠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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