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석사 논문을 썼다는 역자 오수원의 '프랑켄슈타인'(현대지성) 해제로부터 발췌했다. 

"FRANKENSTEIN AT WORK IN HIS LABORATORY."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26731091


* 아래는 오디오북이다. 


낭만주의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근간으로 나오는 일반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 소설은 인간 내부에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이 실체화되어 주인에게 모반을 일으키는 ‘분신’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본다.

사실, 괴물은 이름이 없고 소설에서 ‘그것’(it)으로만 지칭된다. 이름 없는 피조물 ‘it’은 독일어로는 ‘es’, 즉 프로이트가 인간 정신을 분석하면서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의식을 가리키는 데 쓴 말과 같다. 그렇다면 괴물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은 ‘의식’으로, 이름 없는 피조물은 ‘무의식’으로 짝지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괴물은 변한다. 독학으로 책을 섭렵해 지성과 감성까지 갖추고 자신의 부조리한 정체성에 대해 번민할 줄 안다. 괴물은 내적으로는 인간과 다름없이 순수하면서 성장하는 존재이지만,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흉한 외양 탓에 끊임없이 소외당하고 배척받는다. 괴물을 중심으로 보면 『프랑켄슈타인』은 낭만주의적 고뇌를 품은 고독한 인간의 비극적 성장 과정을 그린 ‘어둠의 성장소설’(Bildungsroman)로 읽힌다. -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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