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에 대해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석사 논문을 썼다는 역자 오수원의 '프랑켄슈타인'(현대지성) 해제로부터 발췌했다.
"FRANKENSTEIN AT WORK IN HIS LABORATORY."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낭만주의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근간으로 나오는 일반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 소설은 인간 내부에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이 실체화되어 주인에게 모반을 일으키는 ‘분신’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본다.
사실, 괴물은 이름이 없고 소설에서 ‘그것’(it)으로만 지칭된다. 이름 없는 피조물 ‘it’은 독일어로는 ‘es’, 즉 프로이트가 인간 정신을 분석하면서 이름 붙일 수 없는 무의식을 가리키는 데 쓴 말과 같다. 그렇다면 괴물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은 ‘의식’으로, 이름 없는 피조물은 ‘무의식’으로 짝지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괴물은 변한다. 독학으로 책을 섭렵해 지성과 감성까지 갖추고 자신의 부조리한 정체성에 대해 번민할 줄 안다. 괴물은 내적으로는 인간과 다름없이 순수하면서 성장하는 존재이지만,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흉한 외양 탓에 끊임없이 소외당하고 배척받는다. 괴물을 중심으로 보면 『프랑켄슈타인』은 낭만주의적 고뇌를 품은 고독한 인간의 비극적 성장 과정을 그린 ‘어둠의 성장소설’(Bildungsroman)로 읽힌다. -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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