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트 7/8월호에 실린 '나의 아보카도에게'란 제목의 산문을 읽었다. 글을 쓴 소설가 류시은은 아보카도 씨앗을 심어 화분에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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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12월 기사[피의 아보카도..아보카도가 마약상의 돈줄이라고?]https://v.daum.net/v/20181217164200744



식물을 본격적으로 키우게 된 계기는 아보카도 때문이었다.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갈 무렵 마트에서 아보카도 다섯 알을 사왔다. 아보카도를 재배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을 전혀 몰랐기에 아무런 고민 없이 ‘피의 아보카도’를 소비하던 시절이었다. 더불어 과육을 먹고 난 뒤 나온 씨앗이 그렇게나 존재감 있는 줄도 몰랐다. 씨앗은 작은 크기의 달걀 같았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기도 곤란하고, 일반 쓰레기로 버리기도 난감했다. 씨앗을 든 채 한동안 머뭇거렸다.

나에게 2022년은 참 이상한 한 해였다. 그것이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에세이의 형식으로는 단 한 문장도 마음 편히 쓰기 어려울 만큼. 그렇다고 솔직하지 않은 언어로 지면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아서 나의 아보카도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아보카도에 대한 마음만큼은 오늘 뱉은 말이 내일 거짓이 될 거라는 의심이 없었으니까. 제일 우울한 거짓말은 뒤늦게 깨닫는 거짓말이다.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간절히 보

고 싶다든지, 괜찮다고 담담히 적었는데 지금은 끔찍하리만큼 괜찮지 않다든지.

요즘 나의 최애 화분 아보카도는 부쩍 자랐다. 허벅지까지 오던 키는 명치까지 올라왔고, 늘 대여섯 장을 간신히 유지하던 이파리는 스무 장 넘게 돋았다. (중략) ‘우울한 아보카도’ 시절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풍성하고 우람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무에게는 뿌리가 자랄 시간이 필요하다. 땅 위에서 볼 때는 좀처럼 자라지 않는 듯 보일 때에도 나무의 뿌리는 어두운 흙 속에서 착실히 몸집을 키워간다.

앞으로의 시간도 이 어린나무와 함께 무사하고 무탈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모르기에 그런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를, 오늘은 믿을 수밖에 없겠다. - 류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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