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 - 모자를 쓴 프랑스 시인 랭보의 팬이었던 그는 일본 동경 긴자의 사진 스튜디오에서 1925년 18세 때 이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나카하라 쥬야中原中也 1907년 야마구치현 출생. 어린 시절부터 시인을 꿈꾸며 1926년 니혼대 문학과에 입학하지만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 퇴학당했다. 이후 프랑스어를 배워 베를렌, 랭보의 시를 번역하는 한편 프랑스 상징주의와 다다이즘에 영향 받은 독특한 문체로 쓴 「아침의 노래」, 「임종」을 발표하며 호평받았다. 1932년 첫 시집 『염소의 노래』를 펴내지만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다행히 1934년 재출간되면서 재평가받았다. 실험적인 시를 꾸준히 선보이며 명성을 쌓아가던 중 아들이 사망하자 충격으로 신경쇠약에 걸려 요양하다가 1937년 10월 22일 서른 살에 결핵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여름」은 1935년 8월 잡지 『시인시대』에 실린 글이다.

가난한 탓에 여행이라고 해봤자 여름에만 가봤다. 그래서 여름 하면 여행하고픈 마음이 샘솟는다. 물론 ‘사계절 가운데 자연이 가장 활기찰 때가 여름’이라서는 아니다. 어쩐지 애틋하고 그립다고 할까. 올여름에는 어떻게 할까 싶으면 문득 예전에 여행 갔던 어딘가의 무더운 풍경이 떠오른다. 멀리까지 갔었구나, 하며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여름이 온다고 생각하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적고 싶었다. 문제는 그 느낌이라는 게 대체로 뭔가 이야기가 되는 종류가 아니다. 금세 바뀌는 정류장 플랫폼에서 본 한순간 풍경이 오래도록 인상에 남는 식이다. 그저 그까짓 일이라도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슬픔을 넘어 절망에 빠진다. 이런 심정을 그려내기에 내 글 솜씨는 너무나 서투르다. 결국 절망적 슬픔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이를테면 노래라도 되어 나오겠지 하는 덧없는 소망을 품은 채 끝나고 만다.

이렇게 매년 내 여름이 지나간다. 짙푸른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반짝반짝 빛나고 내게는 생각만이 한가득이다.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 - 여름(나카하라 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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