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작가 박솔뫼의 장편소설 '을'에는 프래니와 주이란 인물들이 나온다.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로부터 이름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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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는 책장을 덮고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강렬한 여름 햇살이 창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주이는 눈이 부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감고 누워 있는 프래니를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주이는 문득 이것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작이었다. 주이는 창밖에서 들어오는 여름 햇살처럼 강렬하게 프래니가 의식되었다. 그 순간 문득 말이다. 프래니는 서서히 눈을 떠서 주이를 바라보았다. 프래니는 주이가 발견한 그것을 동시에 의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참을 둘 사이에 흐르는 강력한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주이는 프래니가 나간 이후로 줄곧 담담히 프래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비로소 그들은 서로를 동시에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작이었고 그 시작은 하나의 강이 되었다. 주이와 프래니는 그 강을 건넜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몰랐지만 어쨌거나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강을 건넜다. 무척 짧았던 한순간,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때는 오 년 전 여름이었고 햇빛이 아주 강하게 쏟아지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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