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전에 나온 로렌스의 책 '미국 고전문학 강의'(1923)에 호손의 '주홍 글자' 감상문이 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쓴 로렌스에게 '주홍 글자'가 어떻게 다가갔는지 호기심이 생겨 읽어 보았다. 


* 영문학을 전공한 김수영 시인이 번역한 '주홍 글씨'(1967)가 올해 재출간되었다(푸른사상).


'주홍 글자' 영화 포스터 1926년 Public Domain,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16461759


무성영화 '주홍 글자' 1917년 Public Domain,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80625382 

호손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 독사였다. 그들의 예술이 잉태된 깊은 내면의 의미를 보면, 그들이 어떤 악마인지 알 것이다.

미국 예술의 표면을 관통해서 들여다보고, 그 상징적 의미의 조금 더 깊은 내적 악마주의를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 예술은 완전히 어린아이 장난 같은 치기 따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미국인은 파괴해야만 한다. 그것이 미국인의 운명이다. 백인 정신, 백인 의식의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 미국인의 운명이다. 파괴는 은밀하게 해야 한다. 마치 번데기나 고치 속 잠자리의 성장이 유충을 은밀하게 파괴하는 것처럼.

비록 많은 잠자리가 번데기 속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죽고 말지만. 미국이 고치에서 탈출하지 못하듯이.

그러므로 《주홍 글자》의 비밀스러운 번데기는 낡은 정신을 내부에서, 악마적으로, 파괴한다.

호손의 소설은 어쩌면 펜으로 쓴 작품 중에서 가장 웅장한 풍자적 작품일 것이다. 《주홍 글자》. 너대니얼이라고 하는, 푸른 눈을 하고 인기도 많았던 어린아이 같았던 남자가 쓴.

모든 것은 A로 시작한다.
간부, 알파. 아벨, 아담. A. 미국.

펄은 어쩌면 모든 문학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아이일지도 모른다.

어린 소년의 매력을 가진, 구식의 너대니얼은 당신에게 전후 진상을 이야기해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진상을 값싼 감상으로 덮을 것이다.

현대적 아이로서 불쌍하고 작은 경이적 존재인 펄은 현대 여성의 악마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사랑에 끌리기를 갈망하는 나약한 현대 남자들의 네메시스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이 소설은 한편의 놀라운 알레고리다. 이 소설은 내 생각에 모든 문학 중에서 가장 위대한 알레고리 가운데 하나다. 《주홍 글자》. 그 놀라운 함축적 의미! 그리고 이 소설의 완벽한 이중성.

너대니얼과 같은 푸른 눈을 가진 신동의 절대적인 이중성. 마술적인 알레고리적 통찰력을 가진 미국의 신동.
그러나 심지어 신동들조차도 한두 세대에 걸쳐서 성장해야만 한다.
그리고 심지어 죄까지도 진부해진다.

- 7장 너대니얼 호손과 《주홍 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