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직전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 사진, 사라예보 By Walter Tausch - Europeana 1914-1918,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사라예보의 총성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3XX65800098
그가 이 위에 올 때의 시점인 한여름이 다시 돌아왔고, 그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사이 세월이 일곱 번이나 순환했던 것이다.
이때 천지가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때 울려 퍼지고 일어난 사건에 대해 허풍을 떨며 이야기하기에는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앞선다. 여기서는 호언장담과 허풍은 어울리지 않는다! 목소리를 낮추어 조용조용 말하면, 그러니까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청천벽력이 울려 퍼졌던 것이다.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인 무감각과 병적 흥분이라는 불길한 혼합물이 폭발하면서 우리를 귀먹게 만들었던 것이다. 외경심을 갖고 차분하게 말하면 지구의 기반을 뒤흔들어 버린 역사적인 청천벽력이었다. 이는 마의 산을 폭파하고, 7년 동안이나 단잠에 빠져 있던 한스 카스토르프를 성문 밖으로 거칠게 내동댕이쳐버린 청천벽력이었다. 그는 여러 차례 주의를 받았으면서도 신문 보는 것을 게을리 한 남자처럼 풀밭에 앉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두 눈을 비볐다.
황태자 암살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7년 동안 단잠에 빠져 있는 독일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폭풍 경보였고, 사정을 익히 아는 사람들에게는 위협 신호였는데, (중략) 한스 카스토르프는 그가 사적 개인으로는 그런 끔찍한 행위에 대해 치를 떠는 것을 보았지만, 그 행위가 자신이 증오하는 반동의 아성인 빈에 반대해 일어난 민족 해방 행위라는 점에서 그의 가슴이 다시 높이 뛰는 것도 보았다. 이 행위가 모스크바 위정자의 책동에 의한 산물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다시 그의 가슴이 답답해졌다. 3주일 뒤에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최후 통첩을 보냈을 때는 이를 인류에 대한 모욕이자 끔찍한 범죄라고 부르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그 통첩의 결과를 예견하는 눈을 가지고 있었기에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 이를 환영했다. - 제7장 중 청천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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