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전쟁휴전일이다. 그때도 이렇게 더웠을까. 매미소리가 쏴아아 들려온다. 박완서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의 휴전 부분이다.
1953년7월27일 한국전쟁 휴전협정 조인(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
By Kristoferb, CC BY-SA 3.0,위키미디어커먼즈
찌는 듯한 더위가 극에 달한 어느 날 휴전이 되었다. 휴전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전투는 오히려 더 치열했다. 남과 북의 경계선은 휴전 문서에 조인하는 그 순간의 영토에 고정되게 돼 있으므로 한 치라도 더 땅을 뺏으려고 젊은 피로 산하를 물들였다. 이름 붙은 고지들이 다시는 꽃 피고 잎 돋는 일이 있을 것 같지 않게 초토화됐다. 휴전 문서에 조인하는 시간에 못 박힌 휴전선은 해방 후 오 년 동안 남북을 갈랐던 직선에서 곡선으로 변했다. 동부전선은 북으로, 서부전선은 남으로 내려왔다. 회담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들은 곡선이 직선보다 인간적이라고 주장하고 싶을지는 몰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젊은 피를 아낌없이 바치게 했다는 걸로 이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곡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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