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소설  '댈러웨이 부인'의 주요 내용이 나옵니다. 


[셉티머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전쟁으로 인한 광기도 아니고, 어떤 비평가들이 말하듯 더블로서 클라리사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와 같은 서발턴들의 주체를 상실하게 하고 폐제시키는 지배계층의 인식론적 폭력 때문이다. 셉티머스의 폐제는 그가 작품에서 퇴장하는 자살 장면을 통해 잘 드러난다.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잣대에 광인으로 분류된 그를 세상에서 격리하려는 지배계층의 압력에 밀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출처: 최상이, 서발턴 개념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다시 읽기(2016)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70587


1916년(퍼블릭 도메인, 위키미디어 커먼즈)


"우리가 막 나오려고 하는데 전화가 오지 않습니까. 아주 불쌍한 사건이에요. 청년이 하나(주인이 지금 댈러웨이 씨에게 하는 얘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살했답니다. 군대에 갔다 왔다던데요."

(오늘 아침에도 느낀 일이지만) 공포, 압도해오는 무력감이라는 것이 있어. 부모는 우리 손에 생명이라는 것을 쥐어주지. 끝까지 살고 이것을 들고 조용히 걸어가라고. 그러나 깊은 마음속에는 이것을 다할 수 없는 무서운 공포가 숨어 있는 거야. 요즘도 리처드가 곁에서 《타임스》지를 읽고 있는 동안 새처럼 겁이 나 몸을 움츠렸다가도, 나는 차차 생기를 돌려서 끝없는 기쁨의 불꽃을 일으키려고 나뭇가지를 여기저기서 모아다가 맞비비곤 해. 그러지 않으면 나는 살아갈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느껴져. 나는 이 공포를 면할 수가 있지만 그 청년은 자살을 해버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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