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으로 인한 정신적 쇼크가 분명한 셉티머스가 영국 사회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를 살펴보자. 참전 군인들의 전쟁 신경증(shell shock)은 당시 사회에서 큰 이슈였지만, 울프가 배경으로 삼은 1923년은 이미 전쟁 신경증이라는 용어가 오해되고 있다는 1922년의 정부 위원회의 발표 이후이다. 울프가 셉티머스에게 전쟁 신경증과 유사한 광기를 주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병명이나 치료법이 아닌 지배 세력이 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이다.]출처: 최상이, 서발턴 개념으로 버지니아 울프의 『댈러웨이 부인』 다시 읽기(2016)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170587






여러 가지 환상도 보는가 봐. 늘 자기가 물에 빠졌다는 소리를 해. 자기는 절벽 위에 누워 있고, 머리 위로 갈매기가 낄낄 울면서 지나간다고 하면서, 긴 의자 가에서 바다를 내다보는 시늉도 하고, 또 음악도 들리나 봐. 정말은 예인(藝人)이 치는 풍금 소리거나 아니면 누가 길거리에서 소리지르고 있는 것인데. 그런데도 〈좋은데〉 하고 볼에 눈물을 뚝뚝 흘리고 앉아 있는걸. 전쟁에 나가 용감히 싸운 셉티머스 같은 남자가 우는 것은 가슴이 아파서 차마 보고 있을 수가 없어. 그리고 가만히 드러누워서 귀를 기울이다가도 갑자기 〈떨어진다, 난 불 속에 떨어진다〉고 고함을 지르기도 해. 나도 정말 어디 불이 있나 하고 돌아다보게 돼. 그만큼 그이의 표정은 절실해. 그렇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걸. 방 안에는 우리뿐이고, 그것은 꿈이라고 기어이 달래주지만, 어떤 땐 나까지 겁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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