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장녀 호원숙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에 살면서 쓴 산문집 '엄마 박완서의 부엌' 중 '오븐 앞에서 1'로부터 옮긴다.

https://youtu.be/-eM3KZoVQNA 오븐 없이 굽는 호두파이 





어머니가 이 집을 지을 때 부엌에 들였던 이태리제 오븐이 있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그 오븐으로 호두파이나 쿠키를 구워드리곤 했었는데 어느 틈에 그런 여유조차 없어지고 나니 오븐을 잘 쓰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호두파이도 곧잘 굽더니만 요즘은 안 하네."하며 서운해 하시는 걸 "그거 다 설탕덩어리예요."하며 과자 구울 여유가 없는 마음을 한 마디로 덮어버리고 말았다. 겨우 밥 차려 먹는 데 급급했다. 내 아이들 교육에 온통 신경이 가 있을 때이니, 노모를 위해 과자를 구워드릴 여유가 없었다.

그 후 고기나 생선을 굽거나 하는 용도로만 쓰다가 오븐으로 케이크를 다시 굽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전염병 시대라서 가능한 일이었을까?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유튜브에서 케이크나 쿠키를 만드는 화면을 즐겨 보다 보니까 만들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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