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랜더는 사과나무 밑 긴 의자에 누워 잤다. 읽고 있던 책이 풀밭에 떨어져 있었다.
사과나무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햇살에 손가락에 낀 오팔 반지가 초록빛이 되었다가 장밋빛이 되었다가 오렌지빛이 되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왔다.
미랜더는 과수원에서 잤다. 어쩌면 안 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입술이 달싹거렸으니까.
과수원에는 사과나무가 스물네 그루 있었다. 약간 삐딱하게 자란 것들도 있고, 똑바로 뻗어 가지마다 빨갛고 노란 사과가 열린 것들도 있었다. 나무마다 넉넉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잎사귀가 하늘처럼 파랬다.
바람이 홱 방향을 바꾸었다. 한 무더기의 사과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초원의 소 두 마리를 가렸다. - 과수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