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은 책 '공간의 온도' 중 독서에 관한 부분을 옮긴다. 학교 수업 빼먹고 서점에서 책 읽는 광경(저자는 결국 자퇴한다)과, 친구와 함께 헌책을 모으는 장면.
사진: Unsplash의Dan Wayman
독서에 관한 신간들과 함께, '공간의 온도' 저자 박정은이 그림을 그린 책 중 근작을 올린다.
시간을 보낼 곳이 없어서 서점 구석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무단으로 자주 결석을 하니 담임선생님께 불려갔고, 부모님께도 많이 혼났지만 이미 나는 마음이 떠나 있었다. 1년 후, 결국 고등학교를 그만두었다. 내가 나의 의지로 결정한 첫 번째 선택이었다.
아침에 광화문 교보문고로 출근해서 책을 읽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면 장소를 옮겨 종로의 영풍문고나 반디앤루니스에 가서 읽다 만 책의 페이지를 찾아 이어서 읽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서점에 머물며 책을 읽었다.
가장 민감하고 예민했던 시절에 만난 책들은 나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 성격 등에 큰 영향을 끼쳤다. 서점은 나에게 놀이터이자 영감의 원천이자 배움터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 안에서 편안했고, 외롭지 않았고, 가장 자유롭게 꿈꿀 수 있었다.
헌책방에 가면 무조건 그 시리즈의 책을 찾아봤고 우리에게 없는 책이 어디 숨어 있는지 살폈다. 대형 서점에서 운영하는 헌책방은 검색이 가능해서 수시로 찾아보기도 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었다.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한 권 한 권 채워 넣다 보니 어느덧 1권부터 60권까지 전권을 모두 모았다. 마지막 보물을 찾은 날, 우리는 기뻐하며 방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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