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떠오른 작가 박완서, 전쟁은 그녀의 인생을 확 바꾸어 놓는다. 김윤식의 '내가 읽은 박완서'로부터 옮긴 글에 언급된 박완서의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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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두에 둘 것 중의 하나는, 근대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한번 지나가버린 것은 뒤돌아볼 수 없다. 반복이 없기에 그러하다. 제자리에 한시도 머물 수 없음이 근대의 속성이라면 소설 또한 이 변화에 응할 수밖에 없다.

근대의 산물, 소설을 가능케 한 것이 상상의 공동체인 국민국가와 자본제 생산양식인 까닭에 이 두 근거의 변화 속도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소설의 운명인 만큼 일직선으로 치닫는 속도를 떠날 수 없다. 마지막 장편 『그 남자네 집』(2004)에서 이 점이 여실하다. 국민국가도 자본제 생산양식도 그 권위를 잃고 해체의 운명 앞에 놓인 21세기에 이르러 소설의 출구는 사춘기의 연애담으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출처: 두 가지 형식의 ‘악마의 작업‘ - 박경리와 박완서(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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