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d Street, W4 by Phillip Perry, CC BY-SA 2.0, 위키미디어커먼즈


https://www.bondstreet.co.uk/


장편 '댈러웨이 부인' 이전에 버지니아 울프가 먼저 발표한 단편소설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이 다음 작품집들에 수록되어 있다. 아래 옮긴 글은 장편소설 '댈러웨이 부인'(나영균 역, 문예출판사)이 출처이다. 





클러리서는 본드 가로 걸어가면서 자문해보았다. 언젠가는 자신도 필연코 죽어 없어진다는 것, 그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 아니냐고. 이 모든 것은 자기 없이도 이대로 움직여갈 것이라고 그 여자는 생각했다.

화를 내야 옳단 말인가? 아니 죽음이란 완전한 하나의 종결이라고 생각해버리면 오히려 마음 편한 노릇 아니겠어? 하지만 어쨌든 런던의 거리에서, 또 여기저기 일어나는 흥망성쇠의 세파에 밀려, 나도 피터도 또한 그대로 살고 있지 않나. 서로가 서로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거야. 나는 고향 집 나무의 한 부분이고, 저기 저렇게도 보기 싫게 늘어선 집들의 부분이고, 또 내가 한 번 보지도 못한 사람들의 한 부분이기도 한 거야. 안개처럼 나는 내가 절친하게 지내는 이들 가운데 펼쳐져 있는 거야. 여러 나뭇가지가 안개를 떠받치고 있는 듯 보이는 광경을 본 적 있는데, 그렇듯 이 사람들이 날 떠받쳐주는 거야. 그래서 나의 생명, 나라는 것이 그렇게도 멀리 멀리 퍼져가는 거지. 해처드 책방의 창 안을 들여다보고선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는 것일까? 무엇을 생각하려나? 펼쳐서 늘어놓은 책을 읽어보면서, 전원에 동터오는 하얀 새벽의 어떤 모습을 그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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