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불사르고'는 1962년에 초판이 나온 일엽스님(본명 김원주)의 산문집으로, 이 책을 통해 과거의 연인에게 보내는(또는 보낸)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1896년 생 김일엽은 1971년에 별세한다. 이 글이 또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 '천재적'이란 단어를 쓰며 자부심을 드러낸 점이다. 연보에 기록된 선구자적 자취가 그 근거의 일부이다. * '청춘을 불사르고' 초판본 사진을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archive.sb.go.kr/isbcc/home/u/story/view/137.do (성북마을아카이브) 일엽스님이 성북동 성라암에서 이 책의 원고를 썼다고 한다.

192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 김일엽 - 불문에 귀의한 문학 (장석주)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60XX68900079

발송인의 이름은 없으나, 나는 대뜸 당신의 글씨를 알아보고 너무도 의외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내가 당신이라는 한 남편을 위하여 20여 년 공방살이를 한 청춘과수라고 느껴집니다. 행여 공방살이가 풀려질 기쁨의 서곡의 눈물과 한숨인가 여겨집니다.

성불의 길이 조금은 더디어도 좋아요! 당신이 웃으며 당신의 그 부드러운 손으로 어루만져주시는 즐거움을 단 한 번이라도 맛보여주실까 바라는 애달픈 마음은 성불(곧 완인完人) 다음가는 희망일 뿐입니다.

이 편지 답장만 아니 주시면 당신의 마음을 알겠습니다. 그때는 쓴 웃음을 한 번 웃고 나서는 참 여승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당신을 떠난 설움은 이미 잊혀진 줄로 느끼면서, 남은 것은 당신에 대하여는 멋쩍은 감정뿐으로 이 세상에서 무슨 의미로 살아가는 것이냐? 더구나 천재적이라고 자부하던 나의 문학적 소질까지도 스스로 무너뜨렸던 것입니다.

연보: 1907년 국문시<동생의 죽음> 씀(육당 최남선 작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신체시보다 1년 앞지르므로 한국문학사상 신시의 효시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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