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심취한 후 김일엽은 본인이 스님이 되기 전에 재가승(대처승)을 만나 결혼하지만 기대를 채우지 못해 헤어지고 결국 자신이 승려의 길을 간다. 아래 옮긴 글에 실망감이 드러나고 있다.

중외일보 1929년 11월 02일자 3면, 퍼블릭 도메인 * 김일엽은 이 사진을 찍은 해인 1929년 8월에 위 결혼을 한다.





어떤 동무가 "중한테 시집을 갔다지"하고 하하 웃었다. 허물 없는 동무라 나오는 대로 말하다가 자기 말이 우스워서 웃는지도 모르나 재래 관념으로 비웃는 웃음을 웃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불법을 듣고 또 중한테 시집 온 것이 숨은 보배를 감춘 듯 든든하고 만족한다. 우주에 꽉 들어찬 불교 진리를 알고 싶은 생각이 용솟음을 치건만 중이라는 남편에게 원만한 해답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유감일 뿐이다.

처음 불법을 듣고는 퍽 반가워하여 여승이 될까 하는 생각도 있었으나, 애욕을 여의치 못할 바에는 진실한 불신자에게 시집 가서 길이 불도가 되리라는 서원誓願을 가지자 곧 중과 결혼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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